새로운 유행, 모자

이대훈 | 기사입력 2023/09/18 [10:38]

새로운 유행, 모자

이대훈 | 입력 : 2023/09/18 [10:38]

▲ 수필가 이대훈

지금 내겐 모자가 10여 개나 된다. 등산할 때 쓰는 모자, 겨울에 쓰는 빵모자, 운동모자, 그리고 햇빛을 가리기 좋은 챙이 큰 모자 등 여러 종류의 모자가 있다. 그것은 둘째 녀석이 미국에서 모자를 파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 샘플을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모자를 즐겨 쓰는 편이 아니다. 사진을 찍으러 출사를 나갈 때도 나는 모자 없이 그냥 햇볕을 쬐고 다닌다. 요즘은 햇볕을 많이 쬐면 강한 자외선 때문에 피부에 좋지 않다고 하지만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에 익숙지 않아서인지 대체로 그냥 다니는 편이다. 그런데 지금 젊은이들은 모자 쓰는 것을 무슨 유행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 아이들은 모자는 운동할 때 쓰는 모자로 흰색 모자 한 가지였다. 중학교에 입학하니 교모라는 것이 있어 검은색 모자를 6년 동안 쓰고 다녔고, 군대에서도 군모를 약 4년 동안 쓰고 다녔지만 몸에 무엇인가를 지니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될 수 있으면 모자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사회인이 된 이후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모자를 써 본 적이 거의 없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모자를 자주 쓰면 머리에 비듬이 더 많이 생긴다는 말이 있어서다. 그러지 않아도 비듬이 많았던 나는 될 수 있으면 모자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모자가 패션 유행의 하나가 되어 젊은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자를 쓰고 다닌다.

 

모자와 안경은 썼을 때 아이들 말로 폼이 나는 사람이 있다. 모자는 사람을 보다 젊게 보이도록 하며 안경은 사람을 세련되고 젊잖게 보이도록 하기도 한다. 안경이야 나이가 들어 시력이 나빠져 할 수 없이 쓰고 다니지만 모자는 그동안 거의 쓰지 않았는데 이젠 할 수 없이 나도 모자를 쓰고 다닌다. 그 이유는 나이가 들어가니 머리숱도 적어지고 또 머리카락이 자꾸 빠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잠시라도 머리를 관리하지 않으면 보기가 싫을 정도로 머리카락이 주저앉거나 지저분해진다. 그러지 않아도 나이가 들어 몸에 주름살이 늘어나는데 머리까지 지저분해지면 정말 볼품없는 노인네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고 직장에서도 나오고 보니 몸 관리가 제대로 되질 않는데 머리까지 지저분해지면 더 늙고 초라해져 보일 것이다. 둘째가 보내온 모자는 대개 젊은 취향이어서 내겐 잘 맞질 않는다. 너무 젊은 스타일도 문제지만 노티가 나는 모자도 나는 노인네요 하고 선전을 하는 것 같아 싫다. 그래서 그중 몇 개는 골라 쓰고 또 몇 개는 사서 쓰고 다닌다. 그래도 모자를 쓰는 것은 성가신 일이다. 특히 사진을 찍을 땐 모자의 챙이 카메라에 걸려 그때마다 챙이 있는 쪽을 뒤로 돌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모자 쓰기가 귀찮아진다. 또 한 번 모자를 쓰면 머리가 눌려 모양이 이상해져 다시는 벗을 수가 없다.

 

일단 모자를 쓰고 보니 너무 노인네 티가 나는 것도 쓰지 못하겠고, 너무 젊은이들의 취향도 따라가기가 힘들다. 그리고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모자를 바꿔 써야 하는 번거로움 또한 적지 않다. 허니 어쩌겠는가.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젊은 스타일의 운동모자를 쓰면 아직은 아무도 나를 칠순 후반의 노인네로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70 후반의 나이에 모자를 써서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것인지 내 처지가 딱하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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