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강박관념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 기사입력 2024/11/25 [09:14]

행복 강박관념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 입력 : 2024/11/25 [09:14]

▲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충주신문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나태주 시인을 모르는 이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마 시인의 자세한 호구(戶口)는 몰라도 ‘풀꽃’이라는 시와 ‘행복’이라는 시를 들으면 금방 알게 된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이 시 제목이 ‘풀꽃’이다.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시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은 행복이 주제이니까 ‘행복’이란 시에 집중해본다.

 

<저녁때/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힘들 때/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외로울 때/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이렇듯 읽기만 해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면서 그다지 남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해진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많이 부르던 대중가요 중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잖아요~ 당신 없는 행복이란 있을 수 없잖아요~’ 라는 행복이란 노래도 있다. 우리는 너도나도 행복을 갈망하면서 산다. 인간에게 가장 큰 관심사가 행복이고 서로 행복 하자고 인사에 인사를 더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란 인간이 가지는 여러 기능 가운데서도 고유한 이성적 기능을 잘 발휘하고 발달시켜서 얻는 즐거움이다”라고 행복론을 펼쳤다.

 

요즘 다시금 뜨는 쇼펜하우어는 행복에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첫째가 인간을 이루는 것, 둘째가 인간이 지니고 있는 것, 셋째가 인간이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은 아주 현실적인 행복을 말한다. 쉽게 다시 말하자면 건강하고 아름답고 도덕적일 때 그리고 재산과 같은 소유물이 있을 때 마지막으로 언급한 드러내 보이는 명예나 명성과 같은 지위를 갖는 조건이 갖추어질 때 행복하다고 했다.

 

임마누엘 칸트는 행복을, 첫째로 어떤 일을 하는 것, 둘째로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 것, 셋째로 어떤 일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것이라고 했다. 행복에 대해 설파한 사상가나 철학자들이 무수히 많아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행복은 그야말로 인간에게 궁극적 목표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때 우리는 ‘소확행’이라고 해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그리고 저마다 그 행복함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알리기에 바빴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행복한 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젊은 세대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아마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찾자던 소확행의 본래 취지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그리고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변해서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되어버린 행복 찾기에 피로감을 느낀 것 같다.

 

그리고 언제 어느 때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일들이 많아지고, 이상 기후로 인한 재앙 같은 재난과 사고가 너무 잦다 보니 이 전쟁 같은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여론도 있다.

 

서울대 행복연구 센터장 최인철 교수는 인간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에서 행복을 더 많이 느낀다고 <아주 보통의 행복>이란 저서에서 말했다. 여기서 행복의 행(幸)자도 ‘운이 좋다’ ‘다행이다’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을 뜻한다.

 

행복 하자는 말을 가족들과 SNS 지인들에게 날이면 날마다 남발했지만, 실은 ‘행복을 좇을 때 우리는 행복하지 않고, 의미 있는 일에 몰두하고 주변인을 돕고 그래서 더 이상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때 우리는 행복한 것’이라고 한, 세계적인 번 아웃 전략가 ‘제니퍼 모스’의 말에 나는 깊이 공감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해하지 않고 특별하지 않더라도 보통의 하루가 주는 행복에 마음을 두니, 꼭 행복하리라 다짐했던 날보다 오늘의 이 잔잔함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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